이명헌 경영 스쿨
[학문/학자] 알프레드 아들러: 열등감의 심리학
열등감은 새로운 도약의 원천
이명헌 [ 2000-9-28 ]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라는 심리학자가 있습니다. 아들러라는 이름은 생소하게 들릴 지 모르지만, '열등 컴플렉스', '인생 스타일' 같은 이 분이 만들어 낸 단어들은 전혀 낯설지 않습니다. 자신의 삶이 바로 열등감을 극복해 나간 과정이었던 아들러 이야기를 조금 해보겠습니다.

alder아들러는 프로이트가 태어난 해로부터 14년 뒤인 1870년, 프로이트와 똑같이 오스트리아에서 출생했습니다. 25살에 내과의사가 되었고, 잠시 안과의사로 일을 하다가 프로이트의 비엔나 써클에 참여하면서 심리학에 발을 들여 놓습니다. 10여년 동안 프로이트의 그늘 아래 연구를 하던 그는 이후 독립해서 자신만의 정신분석학을 개척하며 개인심리학이라는 영역을 만들어 냅니다.

아들러가 얘기했던 개념들은 널리 퍼져 일상 용어화되었습니다. 역설적으로 너무 널리 알려졌기 때문에 그것이 아들러의 作品임은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한다

우리는 자기 자신, 자기 삶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고 있습니다. 나는 이런 사람이고, 세상은 이런 것이라는 의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의견은 우리의 기억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나는 침착한 사람'이라는 의견을 갖고 있는 경우 자신이 침착하게 행동했던 경험들을 강렬하게 기억하며 자신에 대한 의견을 뒷받침합니다. '세상은 무서운 곳이고 한번 실패하면 일어서기 힘든 곳'이라는 의견을 갖고 있는 사람은 그에 맞는 경험을 두고두고 기억하며 자기 의견을 뒷받침합니다. 우리는 똑같은 경험을 하더라도 각자 자신만의 의미를 부여합니다. 자기 의견에 맞는 기억만을 형성하고 보존합니다. 우리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는 스스로가 결정합니다. 아들러는 그런 의견을 형성할 때 세 가지 상황이 의견의 왜곡을 가져올 수 있음을 지적합니다.

첫 번째 상황은 어릴 때 몸이 허약하거나 병에 시달린 경우입니다. 어릴 때부터 신체적으로 허약한 아이는 같은 상황에서 다른 아이들보다 힘들어하는 자신을 의식합니다. 이에 실망하거나 무엇인가 불공평하다는 의견을 갖게 됩니다. 자신의 그런 모습 때문에 다른 아이들이 무시하거나 비웃는 경우 깊게 받아들입니다. 세상은 나를 비웃는 곳, 세상은 나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곳이라는 의견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아이는 계속해서 다른 사람과 함께 어울리는 것을 피합니다. 자신에게 열등감을 안겨주지 않을 상황만을 택하며 활동 영역을 줄여버립니다.

두 번째 상황은 응석받이로 길러지는 아이입니다. 응석받이로 키워진 아이는 욕망이 충족되는 것을 당연시합니다. 항상 그런 경험을 쌓아왔었기 때문에 자신에게 관심을 덜 갖거나 욕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무시해서도 아니고 나쁘게 생각해서도 아닌데 자신에게 관심이 기울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세상에 대해 적개심을 품거나 심지어 어떤 종류의 '복수'를 하려 합니다.

세 번째 상황은 무시당한 아이들입니다. 부모에게 학대를 받았거나 무시를 당한 경우, 또는 일찍 부모님 곁을 떠나야 했던 경험은 '세상은 무서운 곳', '내 의견따위는 중요하지 않은 곳'이라는 의견을 형성케 합니다. 아이는 적절한 사랑을 주고 받으며 애정을 쌓아가는 것을 경험하지 못함으로써 자신을 미워하거나 세상에 대해 적의를 품게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자신과 세계에 대해 그릇된 의견을 형성한 아이는 성장해가면서 계속 자신의 의견에 맞는 사실들을 깊게 인식합니다. 또 오랫동안 기억하면서 자기 의견을 더욱 확신합니다. 다른 사람과 함께 어울리면서 사랑과 우정을 나누고 함께 힘을 모아 어떤 것을 해내는 경험을 거의 하지 못하면서 그릇된 의견을 증폭, 확인합니다.

이 의견은 자신의 강렬한 (강렬하게 받아들인) 경험에 의해 뒷받침이 되어 있기 때문에 인생 스타일을 그 의견에 맞춰 형성해 나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합니다. 자신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을 환경만을 택하려 하며 열등감을 주지 않는 상황속에서만 군림하려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건강한 도전과 성취, 건강한 실패를 위한 용기를 내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 의견은 단지 의견일 뿐입니다. 같은 경험을 하고도 전혀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 의견이 스스로 부과한, 지극히 작위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느끼고 과감하게 던져내어 버림으로써 새로운 인생 스타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의 기억마저 자신에 대한 의견을 뒷받침하기 위해 선별되고 있는, 별로 신뢰할 만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함으로써 자신에게 부여한 의견의 굴레를 벗어나 세상 밖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용기와 현실감 그리고 컴플렉스의 극복

성취아들러는 우리가 평생을 살아나가면서 느끼게 되는 많은 동기나 욕구의 밑바닥에는 열등감을 극복하고 보상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얘기합니다. 살아가는 내내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을 보충하고 그것을 뛰어 넘어 완벽함을 추구(striving for perfection)해 나간다고 보았습니다. 우리는 모두 우월욕구가 있습니다.

이 때 아들러는 부족함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불가피한 결점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응해 나가느냐가 중요하다고 보았습니다. 용기있게 부족함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간 사람은 부족함 때문에 더욱 큰 발전을 이루어 냅니다. 아들러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허약한 신체로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어린 나이에 동생의 죽음을 겪으면서 질병이나 죽음에 대해서 강한 두려움을 갖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죽음과 건강에 대한 두려움을 자신이 의사가 되는 쪽으로 긍정적으로 전환, 두려움을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았습니다. 우리 주변에도 이런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뛰어난 무술 유단자에게 어떻게 무술을 연마하게 되었느냐고 물으면 초등학교 때 친구들에게 맞고 다니는 것이 싫어서 시작한 운동이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중풍으로 쓰러졌다가 회복하기 위해서 시작한 달리기가 나중에는 마라톤 완주로 또 철인 3종경기로 이어지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을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이 긍정적으로 보상되지 못한 결점은 열등 컴플렉스(Inferiority Complex)로 발전해 나갑니다. 우리가 보통 컴플렉스라고 하는 것이 이것입니다. 아들러는 우월해지기 위한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택하는 목표가 무엇이냐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달성하려 하느냐가 인생 스타일(style of life)의 차이로 나타난다고 보았습니다. 우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취하는 여러가지 방법들은 그 목표를 생각하면 아주 당연합니다. 응석받이로 길러진 아이가 학교에서 무시당했다고 느끼는 경우, 아이는 '선생님이 나에게만 큰 관심을 갖게 만들겠다'를 우월목표로 세울 수 있습니다. 이후 아이가 택하는 모든 방법은 그 행동만을 보면 납득하기 힘들지만 우월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치열한 노력이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별로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아이는 학생에게 금지된 일탈행위를 할 수 있습니다. 흡연을 하고, 음주를 하고, 가출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모든 행위는 '나에게 전폭적으로 관심을 쏟게 만들겠다'는 우월목표를 위해 아이가 택한, 목표를 생각해보면 그럴 법한 것들입니다. 그런 결과론적 징후만을 공격하는 것은 아이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조언은 목표 자체가 그릇된 것이고 현실적이지 않은 것이라는 점을 인식시키는 방향으로 맞춰져야 합니다. 현실성 없고 잘못되어 있는 목표에 맞게 모든 인생 스타일을 형성해나간 것이므로 우월목표에 촛점을 맞춰 이를 바로 잡아주어야 합니다. 아이가 택한 방법을 공격해 봐야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그 방법은 아이로서는 최선의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예외없이 열등감을 갖고 있습니다. 자신에 대해 100% 만족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누구나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건강한 퍼스낼러티를 가진 사람은 삶의 현실을 직시합니다. 인생에는 정말 자신이 어찌해 볼 수 없는 무력감을 안겨주는 일이 많다는 것을 받아들입니다. 깊은 열등감을 던져주는 일들이 많다는 것을 수용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용기있게, 자신감을 갖고, 지나치게 두려워 하거나 그렇다고 터무니없이 비현실적인 환상을 갖지 않고,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한 현실적 목표를 잡아 그에 맞춰 삶을 디자인합니다.

반면 건강하지 못한 퍼스낼리티는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한 적절한 노력을 포기합니다. 용기를 내지 못합니다. 현실적 어려움을 마주 하는 것을 회피하며 이를 보상하기 위해 터무니없는 자신만의 환상 세계로 빠져듭니다. 환상은 알고 보면 매우 방어적인 것입니다. 현실에 대한 두려움과 절대 실패하지 않겠다는 비현실적인 회피 사이를 이들 환상을 통해 메꾸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실에 바탕을 두고 용기있게 자신의 컴플렉스에 당당하게 맞설 때, 컴플렉스는 성숙한 인격으로 또 뛰어난 업적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 아들러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얘기입니다.

이처럼 프로이트 학파에서 출발했지만 기본적인 삶의 動因을 性的욕구에서 찾지 않고 열등감에 대한 보상욕구에서 찾은 아들러는, 여러 가지 면에서 회색 빛이 도는 프로이트와 컬러가 다른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인생관을 제시한 사람입니다.

아들러는 엄청난 대기 환자가 줄을 서서 기다리던, 수많은 상처받은 마음을 다독여주고 건강하게 만들어준 名醫 중의 명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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