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헌 경영 스쿨
[영화/방송] 효자동 이발사
박정희 시대를 배경으로 한 한국판 포레스트 검프
이명헌 [ 2004-05-03 ]

박정희 前 대통령이 드리우는 그림자가 참 길기도 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자신의 살아 온 이야기를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지금의 30-40대에 있어 박정희라는 인물이 미친 영향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긍정적 의미이든 부정적 의미이든 우리가 박정희라는 잣대를 이용해서 참 많은 것을 판단하고 얘기하고 있구나 싶습니다.

"효자동 이발사"는 어떻게 하다가 청와대의 '각하' 이발사가 된 한 소심한 가장, 바로 우리 아버지 같고 형님 같은 송한모라는 주인공의 삶을 통해 1960년대-1970년대의 우리 모습을 들여다 보는 영화입니다.

효자동이발사

배경으로 삼은 기간이 짧지는 않기 때문에 풍경처럼 당시의 시대상을 그리고 지나갑니다만, 그 사건들이 실은 아직도 우리 삶의 안팎에 흔적을 갖고 있기 때문인지 그다지 서두른다는 느낌은 주지 않습니다.

영화는 "사사오입" 개헌, 3.15 부정선거, 4.19, 5.16, 유신 선포, 궁정동의 총성, 신군부의 등장까지 이어지는 격변기가 도대체 우리 평범한 '국민'에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묻는 듯 무심하게 그려 나갑니다.

'설사를 하면 간첩'이라는 풍자도 우습지만은 않습니다.
청와대에 불려 가서 '복창 소리가 작다'는 이유로 푸쉬업을 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그려지는 군사문화의 일상화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가볍게 곁들여진 월남전.
손에 난 상처로 상징되는 우리 아버지와 형님의 상처.
같은 동네 사람끼리 신고를 하는 모습. 모두 다 불과 얼마 전의 일들입니다.

주인공 송한모의 아들 낙안이의 다리가 낫는 과정은 하나의 상징으로 생각해 봤습니다.
낙안이의 불편해진 다리. 그건 박정희 시대를 거치면서 상처 입은 우리 모습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상처를 치유하고 온전히 서는 데는 그의 '죽음'(국화)과 함께 그의 눈도 필요했습니다.

그 '눈'을 낙안이에게 먹이기 위해 화장실에서 용을 쓰는 주인공 송한모의 눈물겨운 노력은 '눈'을 소화해 내는 게 얼마나 힘겨운지 보여 줍니다.
결국 우리는 국화와 함께 그의 '눈'도 필요했습니다.
'박정희'는 여전히 진행중이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천정에서 쥐가 뛰어 다니는 소리 때문에 벼개를 던지는 모습이나 오랫만에 보는 구식 자전거는 아련한 느낌을 불러 일으킵니다.
낙안이를 업고 맨발로 한 겨울의 냇가를 건너는 아버지.
요즘 아이들은 과연 그런 아버지의 느낌을 알까요.
약을 구하기 위해 한 겨울 찬바람을 헤치고 다닌 아버지 코트 자락의 차가운 느낌.
항상 엄하기만 한 것 같지만 묵묵히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던지는 아버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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