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헌 경영 스쿨
[조직행동론] 의사결정 이론
우리는 합리적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다
이명헌 [ 1999-11-24 ]

의사결정이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지는지 자세히 살펴봅시다.

이성적 의사 결정 과정(The rational decision making process)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은 여러 가지 가정을 바탕으로 구성해 본 이상적인 의사결정 과정입니다.

문제점의 정확한 파악-> 모든 판단기준의 정립-> 모든 대안 고찰-> 모든 대안 비교 판단-> 최상의 대안선택

이라는 비현실적인, 그렇지만 지극히 이성적인 의사결정 과정입니다. 실제 이런 식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비현실적 가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합리적 의사결정 방식이 현실에서는 어떻게 왜곡될 수 있는지 봅시다.

실제 조직내의 의사결정 방식

대개의 경우 사람들은 최적의 결정, 최상의 결정보다 '그만하면 됐다'는 정도의 수용할 만한(acceptable) 해결책을 받아들이는 경향이 높습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제한적 합리성(Bounded Rationality)

인간의 이성과 합리성은 제한적입니다. "Bounded rationality"라는 개념은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인지 심리학의 대가 Herbert A. Simon 교수가 주창한 것입니다. 인간은 컴퓨터처럼 관련되는 모든 정보를 다 모으고 필요한 정보를 인출해서 가장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경제학을 비롯한 많은 학문이 인간을 철저한 이성적 존재로 가정하고 이론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인지적 능력은 제한적이며 인지적 능력을 사용하는 데는 많은 비용이 소요됩니다. 의사결정 역시 모든 부분을 빈틈없이 고려해서 이뤄지지 않습니다. 항상 해 오던 익숙한 방식을 거쳐 그 정도면 됐다(good enough)는 수준에서 마무리됩니다. 그만하면 됐다는 것을 만족하는 최초의 대안이 해결책으로 채택되는 경향이 매우 높습니다. 대안의 갯수는 너무나 많은데 우리의 인지적 자원은 크게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합리성은 분명히 한계가 있습니다.

직관(Intuition)

논리적으로는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지만 과거의 경험이 무의식적으로 작용해서 나타나는 것이 직관입니다. 직관에 의한 의사결정이 예상보다 훨씬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감'에 의해 결정하는 것입니다.

사회 통념적으로는 직관적 의사결정보다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더 높게 평가하기 때문에 의사결정권자는 직관에 의해 결정을 했다 하더라도 이를 합리화할 논리적 근거로 포장해서 내놓기도 합니다. 직관에 의한 의사결정이 빈번하다는 점 역시 이성적 의사결정 과정이 이뤄지기 힘든 한 가지 중요한 이유입니다.

문제점 확인(Problem Identification)

최초 '문제점이 무엇인가'를 인식하는 단계에서부터 한계가 있습니다. 대개 눈에 잘 뜨이는(visible) 문제점에 주목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말 그대로 쉽게 눈에 띄기 때문이기도 하고 가시적인 문제점을 다루고 있어야 '무엇인가 일을 하고 있다'고 조직내에서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의사결정권자 자신의 개인적 관심에 따라 중요한 문제대신 관심이 가는 문제를 우선시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점이 무엇인가를 판단하는 단계에서 이미 의사결정이 합리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대안 모색 단계(Alternative development)

문제점 인식 후 그에 관한 대안을 생각할 때도 충분한 검토을 거치기보다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제한된 대안들만 간단하게 비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안 선택(Making Choice)

대안들 중 하나를 선택할 때도 한계가 있습니다. 인간은 반드시 조직적으로 사고하지는 않습니다. 지름길 또는 휴리스틱(heuristic)을 이용해서 판단 과정을 단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안 선택에 휴리스틱이 개입할 수 있습니다. 휴리스틱에는 첫째, 어떤 판단을 내릴 때 자기가 잘 알고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정보에 기반해서 빠르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는 "Availablity Heuristic"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깊은 인상을 받았던 경험이라든지 가장 최근에 경험했던 사건들이 더욱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Representative Heruristic"도 작용합니다. 기존에 경험했던 것의 틀에 맞추어 대안을 판단합니다. A 대학 졸업자들이 입사후 별로 좋지 못한 성과를 올리는것을 봐 온 사람은 'A 대학 졸업자들은 거의 다 그래'라고 판단을 내리기 쉽습니다. 대안의 대표성을 그 대안과 관련된 모든 것에 적용해서 빠르게 판단합니다.

대안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효과로 몰입 상승 효과(Escalation of Commitment)가 있습니다. 잘못 선택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미 투자한 것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그대로 밀고 나갑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일관성 있게 보여지기를 원하기 때문에 한 번 내린 결정을 쉽게 못 뒤집습니다. 이렇게 대안선택에서도 많은 왜곡이 일어납니다.

개인차

의사결정 스타일은 개개인마다 다릅니다. 크게 네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의사결정 스타일

조직내 한계

이렇게 진행된 의사결정은 또 한번 조직의 힘 앞에서 왜곡됩니다. 조직내에서 높게 평가하는 기준에 해당되는 것, 조직내 보상체계에 해당되는 것을 보다 선호합니다. 조직내의 관례(Programmed Routines) 역시 합리적 의사결정을 못하게 만듭니다. 시간 제약, 조직이 갖고 있는 과거의 경험도 영향을 미쳐서 합리적 의사결정에 변형을 줍니다.

문화적 차이

문화적 차이도 영향을 미칩니다. 전권을 쥐는 미국 회사 CEO와, 집단 의사결정 구조속에 있는 일본 회사 사장은 각기 다른 스타일로 의사결정 과정을 진행합니다.

이처럼 조직내 의사결정 과정은 합리적 의사결정 과정(rational decision-making process)과는 다른, 수많은 한계와 개입 요소에 의해 타협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의사결정 과정은 다음과 같은 점을 잘 감안해야 합니다.

  • 대부분의 경우, 문제점의 복잡성과 현실적 제한 때문에 합리적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고 만족할 만한 수준(satisficing)의 결정을 내리게 된다.
  • 의사결정 스타일을 주변 환경(조직 특성, 문화적 특성)에 맞추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상황분석을 정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 편견과 편파적 시각(bias)을 조심해야 한다.
  • 합리적 분석(rational analysis)과 직관력(intuition) 을 같이 동원한다.
  • 자신이 갖고 있는 특정 의사결정 스타일이 모든 상황에서 일률적으로 잘 적용될 것이란 착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 가능한 독특하고 신선한 대안을 모색하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억지로라도 창조적인 생각을 계속하게 되면 정말 창조적인 대안들이 나온다는 연구결과가 많다.)

의사 결정의 윤리적 측면

윤리적 측면에서 의사결정은 크게 세 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공리주의(Utilitarianism)

"최대다수 최대행복"입니다. 다수가 만족할 수 있는 안을 택하는 의사결정이 윤리적으로도 가장 바람직 하다는 입장입니다. 대안들을 비교할 때 그 대안이 가져올 현실적 결과에 집중하는 방식입니다. 대부분의 비즈니스 결정은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Business is business'같은 말이 이것을 상징합니다.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함으로써 우리 회사 구성원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가져왔으므로 비록 15%를 해고했지만 윤리적으로 옳다는 관점입니다.

개인의 권리

각 개인이 단지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갖고 있는 기본적 자유나 권리에 집중하는 것이 윤리적이라는 입장입니다. 개인의 사생활 보호, 언론의 자유같은 인권적인 측면을 지켜나가는 것이 윤리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부고발자(whistleblower)는 조직 전체의 '최대다수 최대행복'으로 봐서는 전혀 윤리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말할 자유'라는 측면에서는 윤리적인 것일 수 있습니다.

공정성

공정성이 지켜지는 것이 윤리적으로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모든 이익은 불편부당하게, 골고루, 동등하게 나눠가져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노조원들이 이런 입장을 견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고나 업무평가에 있어서 업무성과보다는 연공서열을 중시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그것이 윤리적이라는 생각입니다.

이들 각자 장점과 편향성을 갖고 있습니다. 공리주의적 관점만을 강조하면 생산성이나 효율은 늘어날지 모르지만 각 개인의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 당할 수 있습니다. 개인의 권리만 강조하다 보면 작업 성과나 효율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공정성을 강조하면 소수의 이익이 지켜질 수는 있겠지만 모두 다 몸을 사리게 되고 위험한 프로젝트나 혁신을 피하게 됩니다.

종래에는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다'라는 식의 공리주의적 판단기준이 경영자들의 주된 의사결정 기준이었습니다. 그런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부각되어 가고 개개인의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면서 이제는 경영자도 비공리주의적인 의사결정 기준을 갖추는 것이 절실히 요구되어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예전에는 큰 윤리적 거부감 없이 행해왔던 많은 의사결정이 갈수록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한 가지 더 생각해 볼 문제는 비윤리적인 어떤 행동이 나타났을 때 과연 그것이 그 행동을 한 사람 자체가 문제가 많아서인지 아니면 조직의 힘이 영향을 미친 것인지의 판단입니다. 비윤리적인 의사결정의 주된 요인이 구성원 개인에 있다면 조직 차원의 윤리적 교육은 별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연구 결과, 둘 다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윤리적 의사결정 행동은 다음의 세 가지 요소에 영향을 받습니다.

통제중심(Locus of control)

개인적 특성이 윤리적 의사결정 행위를 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외부형 통제중심(external locus of control; 운명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정해진다)일수록 책임을 떠맡기 싫어하고 다른 사람이 하던대로 그냥 따라갈 가능성이 큽니다. 조직 전체가 비윤리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면 "externals"는 별 생각 없이 비윤리적 의사결정을 내립니다. 반대로 "internals"는 각자의 내적 기준에 따라 움직입니다. 개인의 통제중심이 외부형인가 내부형인가가 윤리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칩니다.

조직환경

개인적 특성 못지 않게 환경의 영향도 중요합니다. 조직 분위기가 윤리적 행위를 권장하고 평가한다면 구성원들은 보다 더 윤리적으로 합당한 의사결정을 합니다.

도덕적 발달 단계(Stages of moral development)

개개인별로 도덕적 발달 단계가 다릅니다.의사결정을 할 때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의 기준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높을수록 도덕적으로 더 발달한 상태(more morally developed)입니다. 조절중심 차이뿐만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개개인별로 발달 단계가 다르고 이것이 윤리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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