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헌 경영 스쿨
[경제학] 공유지의 비극 (Tragedy of the commons)
인간은 이기적 존재다
이명헌 [ 2000-1-3 ]

재화의 종류

세상에는 크게 4가지 종류의 재화가 있습니다. 4가지로 나누는 기준은:

  1. 배제성(excludability): 소유자에게만 사용이 제한될 수 있는가, 네 것 내 것이 구분이 되는가.
  2. 경합성(rivalness): 내가 사용하면 다른 사람에게 돌아가는 양이 줄어드는가.

icecream아이스크림이 하나 있다고 합시다. 이것이 내 아이스크림이면 다른 사람은 손을 댈 수 없습니다. 배재성(excludability)이 있습니다. 내가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다른 사람이 먹을 양은 줄게 됩니다. 경합성(rivalness)도 있습니다. 이처럼 배재성과 경합성 모두 있는 재화를 사유재(private goods)라 합니다. 사적으로 소유하는 재화입니다.

반면, 공기를 한 번 생각해 봅시다. 철수 공기, 영희 공기 따로 구분이 안됩니다. 배제성이 없습니다. 또, 내가 공기를 마신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마실 공기의 양이 줄어들지 않습니다. 경합성도 없습니다. 이렇게 배재성과 경합성 모두 없는 재화를 공공재(public goods)라 합니다.[1]

이와 달리 배제성은 있는데, 경합성은 없는 것을 자연독점(natural monopoly)이라 합니다. 자연적으로 독점이 되는 경우입니다.

[1] 한편, 공기가 더 이상 공공재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온실가스 배출권이 거래되는 시대.

몇 가지 예를 통해 위 내용을 이해해 봅시다.
지식은 어디에 속할까요?
내가 어떤 지식을 습득했다고 해서 그것이 내 지식이 되어서 다른 사람은 그 지식에 접근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배제성이 없습니다. 내가 어떤 지식을 먼저 알게 되었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배울 양이 줄어들지 않습니다. 경합성도 없습니다. 지식은 공공재입니다. 물론 여기서의 지식이 특수한 지식(특허, 고급 과학 기술)을 지칭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허의 경우 배제성이 있습니다. 뉴스라든지 일반적인 정보 같은 지식은 공공재입니다. 뉴스의 경우, 이 뉴스를 내가 읽었기 때문에 '내 뉴스'가 되지 않습니다. 내가 그 뉴스를 먼저 알게 되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같은 뉴스를 아는 것이 더 힘들어지지 않습니다.

pioneer?그러면 소프트웨어는 어디에 속할까요?
빌 게이츠 이전에는 어떤 소프트웨어가 특정인 소유인 경우가 드물었습니다. 소프트웨어에 라이센스가 없었습니다. 배제성이 없었습니다. 또한, 내가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사용할 부분이 줄지도 않았습니다. 소프트웨어는 사실상 무한히 카피되어 퍼져 나갔습니다. 경합성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빌 게이츠 이후, 내가 구입한 소프트웨어는 내 것이 되어 법적으로 다른 사람은 사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소프트웨어의 숫자 역시 한정되어 내가 쓰면 다른 사람이 쓸 수 있는 양이 줄어듭니다. (이론적으로, 불법복제는 없다는 전제하에서의 말입니다만)

빌 게이츠 이후 소프트웨어는 공공재에서 사유재로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소프트웨어를 다시 한 번 공공재로 되돌려 놓으려는 운동이 일어납니다. 빌 게이츠식의 저작권을 정면에서 부정한 것이 바로 '오픈소스(Open Source)'입니다. 오픈소스는 소프트웨어의 소스코드를 반드시 공개하도록 강제함으로써 배제성을 차단합니다. 또한 소스코드를 공개하는 한 원하는 대로 복제하고 재가공해서 배포, 판매할 수 있으므로 경합성도 없습니다.

공유자원: 비극의 기원

그런데 어떤 재화는 배제성은 없는데, 즉, 내 것 남의 것이 구분 되지는 않는데 전체적인 양은 한정되어 있어서 경쟁적인 성격을 갖는, 경합성이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다 속의 물고기들은 내가 잡는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못 잡는 것은 아닙니다. 특별히 임자가 없습니다. 그런데 양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입니다. 이렇게 배제성은 없는데 경합성이 있는 재화를 공유자원(common resource)이라 합니다.

공유자원은 공공재나 사유재와 달리 독특하면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합니다. 사적 소유라면 자기 것이므로 그 물건을 최대한 잘 활용하려고 노력합니다. 태양, 공기처럼 무한하게 제공되고 소유권이 없는 것이라면 특별히 더 욕심을 내려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공유자원은, 내 것이 아니기 때문에 특별히 아끼려 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경합성이 있어서 다른 사람이 먼저 가져가면 내게 손해가 되므로 마구 쓰입니다.

don't kill the whale바다에 사는 고래를 생각해 봅시다. 내가 고래를 잡아서 판다고 다른 사람이 고래를 못 잡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고래의 숫자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한 마리라도 먼저 잡아서 팔고자 합니다. 사회 전체적으로 봐서 합리적 수준을 넘어선 고래 포획이 이뤄집니다. 고래가 멸종 위기에 몰린 것을 이렇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게시판 : 웹 상의 공유자원?

웹에 있는 게시판을 생각해 봅시다. 내가 어떤 게시판에 광고를 올린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자기 광고를 못 올리는 것은 아닙니다. 게시판은 특정인의 소유가 아니니까요.(포탈 싸이트 같은 것을 생각해 보세요.) 배제성이 없습니다. 그런데 광고가 지나치게 많이 올라오면 그 게시판은 사람들의 외면을 받습니다. 사람들의 외면을 받고 버려지기까지 견딜 수 있는 광고 글의 양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경합성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할 수만 있다면 10개, 20개 도배를 합니다. 자기 소유라면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배재성이 있다면 그렇게 못합니다. 배제성은 없으면서 사용 가능한 양은 한정되어 경합성은 있다는 특징 때문에 상식 수준을 넘는 광고 폭주가 나타납니다. 결국 공용 게시판은 당초 수명보다 훨씬 더 빨리 버림받습니다.

이와 같이 공유자원이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바람직한 정도보다 훨씬 더 탕진되고 남용되는 경향이 있는 것을,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이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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