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헌 경영 스쿨
[음악] 락보컬리스트 이야기 : 예쓰의 존앤더슨 (Jon Anderson)
맑으면서 둔탁한 마력적인 목소리
이명헌 [ 2003-7-6 ]

jon anderson 존 앤더슨나이가 들면서 보컬리스트의 음색이 변한다는 것이 대체로 정설입니다만, 세월의 흐름을 전혀 느낄 수 없게 하는 보컬리스트가 있습니다. 그룹 예쓰의 존 앤더슨(Yes; Jon Anderson)입니다. 존 앤더슨은 예쓰 데뷔 시절 부터 최근작까지 줄곧 맑은 톤의 하이톤을 들려준다는 점에서 더욱 특기할 만합니다. 대개 하이톤 위주의 보컬을 구사하던 보컬리스트들도 전성기를 지나면서부터 중저음 위주로 선회해서 선율을 만들고 있습니다만 존은 2000년을 넘어선 지금도 70년대 중반과 전혀 다르지 않은 음색에 여전히 고음역을 위주로 한 보컬을 들려 주고 있습니다. 대비하자면, 최근의 로버트 플랜트를 생각해 보면 됩니다. 제플린 후반기 앨범부터 최근의 솔로작까지, 로버트 플랜트는 중저음으로 확실하게 선회한 보컬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그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나이를 먹어감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 폐활량과 음색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는 것이 대단하다는 것입니다.

맑음과 탁함

존 앤더슨의 음색은 대단히 기묘합니다. 상반된 형용사인 '맑음'과 '탁함'이 공존하는 음색입니다. 맑게 공명하며 울려 퍼지는 존 앤더슨의 음색은 자세히 들어보면 여러 겹의 탁한 음색 선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이 톤은 기본적으로 허스키의 바탕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지만, 존 앤더슨의 그것은 레코딩 후에도 허스키의 자취가 깊게 느껴집니다. 안정감이 있으면서도 맑은 울림을 함께 갖는 마법적인 음색입니다.

보컬을 연습해 보면 어느 순간 목소리가 탁해지는 것을 느끼는데 그렇게 목소리가 허스키해지는 단계에 들어 선 다음에도 맑은 자취를 유지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탁하지만 스피커를 통해서 나오는 소리는 '울린다'는 것이 좋습니다만, 쉽지 않습니다.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소리 자체가 안정감이 있으려면 여간 허스키하지 않으면 안 되고, 그 정도의 허스키를 유지하면서 맑은 느낌을 주기는 정말 쉽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똑같은 공연장에서 공연을 해도 어떤 밴드의 경우 유독 목소리가 뻗어 나오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이건 어느 정도 타고 나는 부분이 있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목소리가 천성적으로 맑은 경우, 즉, 울림이 명쾌한 경우는 허스키하게 다듬어도 계속 그 울리는 톤이 유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원래 음색이 별로 울리는 쪽이 아닌 경우는 허스키하게 만든 후의 음색이 그야말로 '허스키'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존 앤더슨의 경우는 양자의 딱 중간에 있는 음색이고 그 점이 존 앤더슨의 존재감을 드높여줍니다.

보컬리스트 존 앤더슨

존 앤더슨은 어린 시절 아버지가 병마에 시달렸고, 때문에 대학 진학을 하고 싶었음에도 꿈을 접고 우유 배달 트럭 운전 등을 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다 합니다. 그 시절 운전을 하면서 들었던 엘비스 프레슬리나 에벌리 브러더스의 음악이 그에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 후 밴드 생활을 하기로 결심한 뒤에도 허름한 클럽에서부터 명성을 다져올린, 그야말로 바닥부터 시작해서 성공한 보컬리스트가 존 앤더슨입니다. 그는 클럽 시절 드럼을 나르고 셋팅하던 시절을 회고하면서, '그것도 보컬리스트의 일이었다.'라고 얘기하고 있을 정도로 고생이란 고생은 다 했습니다. 길거리에서 어느날 갑자기 '캐스팅'을 당해서 '가수 한 번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는 엽기적인 나라에서는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존 앤더슨은 오로지 실력과 독창성으로 인정받을 수밖에 없는 거친 클럽 환경을 뚫고 올라온 보컬리스트이기 때문에 데뷔시절 이미 높은 수준의 음악성을 갖고 있었습니다.

프록 락의 대표적 보컬리스트를 얘기할 때 일반적으로 예쓰의 존앤더슨, 핑크플로이드의 로져 워터스, 제네시스의 피터 개블리얼, 킹크림즌과 ELP의 그렉 레이크 정도를 말합니다. 다채로운 프록 락에서 보컬리스트가 자기 위치를 확고히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분명한 자기 컬러를 가져야 합니다. 존 앤더슨은 프록 락 보컬리스트 중 드물게 '밝음'을 느끼게 하는 사람입니다. 프록 락은 다루는 주제가 상대적으로 무겁기 때문에 무겁거나 암울한 느낌을 주는 보컬이 주류입니다. 그런데 예쓰는 독특하게도 경쾌함과 상큼함을 주는 싸운드를 들려주고 있고, 그 점에 있어 존앤더슨 보컬은 최상의 조화를 이룹니다. 예컨데 예쓰의 곡을 로져 워터스가 불렀다고 상상해 보세요.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 피터 게이브리얼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쓰 특유의 다이내믹 하면서도 맑고 청명한 싸운드에는 역시 존 앤더슨 이상이 없습니다. 프록 락이 규정하기 힘든 쟝르라는 점을 상기해볼 때, 중성적인 존 앤더슨의 음성은 프록 락의 가장 어울리는 보컬 스타일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YES 예쓰보컬리스트가 되기 위해 목소리를 열심히 '째다'보면 음성 자체가 허스키한 안정감을 가질 수는 있습니다만 어느 순간 목소리가 전혀 울림이 없는 탁성이 되어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것 자체가 목표라면 뭐 괜챦습니다. 또 요즘처럼 레코딩 기술이 발달한 상황에서는 얼마든지 화장이 가능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존 앤더슨처럼 울림이 있으면서도 허스키한 안정감을 갖고 있는 보이스를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런 보이스를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역시 목소리 자체가 타고나야 할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울림이 있는 음성은 목을 아무리 '째도' 결국 그 울림이 묻어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는 완전히 허스키해진 이후에 공명을 연습함으로써 어느 정도 맑은 느낌을 가미할 수 있습니다. 두성이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발성되면 진성 자체의 탁함과 별개의 어떤 톤이 만들어집니다. (이미 진성이 지나치게 탁해진 경우엔 그 방향으로 연습을 해나가면 다른 길이 열리리라 생각됩니다.) 존 앤더슨의 경우도 라이브 녹음을 들어보면 정말 허스키한 목소리인데 3옥타브 대를 넘어가면 두성이 가미된 듯한 또는 약간의 비성이 가미된 듯한 울림이 덧붙여집니다.

예쓰

예쓰 앨범은 중기의 The Yes Album과 Fragile, 그리고 Close to the edge 앨범을 좋아합니다. 예쓰의 음악을 들으며 간과해서는 안될 점은 이들 앨범에 수록된 곡들의 보컬 멜로디입니다. 멜로디는 모두 존 앤더슨이 jam을 통해서 만든 것입니다. 음색이나 창법도 중요하지만 과연 예쓰 정도의 엄청난(혼돈스러운) 연주에서 그런 멜로디를 추출할 수 있느냐의 여부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쨈을 잘하려면 많이 해보는 것이 최고이겠지만 많이 듣는 것 역시 정말 중요합니다. 멜로디는 듣는 만큼 나옵니다. 쟝르에 구분없이 다양하게 많이 듣는 것이 보컬리스트에게 중요한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예쓰처럼 독창적인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욕구야 뮤지션이라면 누구나 갖는 것이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연주 파트뿐만 아니라 보컬리스트도 여러 쟝르를 많이 들어야 할 것입니다.

긴 예쓰의 역사를 통해 존앤더슨의 음색을 논하는 것은 실상 큰 의미가 없습니다. 존의 음색은 데뷔 때나 지금이나 거의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음색을 수십 년 동안 유지하는 것에 대해 궁금증을 가져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존은 데뷔 시절 이미 자기 개성을 확실하게 확립한 상태였고, 그 개성적인 목소리를 수십 년 이상 변함없이 유지했다는 측면에서 그가 데뷔 당시부터 얼마나 뛰어난 보컬리스트였던가를 알 수 있습니다.

존 앤더슨 보컬의 백미는 "Close to the edge"의 "And you and I," "The yes album"의 "I've seen all good people," 그리고 "90125" 앨범의 "Two hearts," 반겔리스와 함께 낸 앨범 중 "The friends of Mr.Cairo" 정도를 말할 수 있습니다. 존의 포크적 감성과 락적인 리듬감이 절묘하게 조화되어 있으면서도 특유의 울림을 잘 드러내고 있는 곡들입니다.

느낌

궁극적으로 뮤지션이 지향하는 바는 느낌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기존의 뮤지션들이 제공하지 못하고 있던 전혀 다른 느낌을 제공할 수 있다면 그건 성공한 것입니다. 우리가 쟝르라는 이름으로 굳이 음악을 구분짓고 있는 까닭과 근거도 그 음악이 어떤 '느낌'을 주는가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종래에 없던 새로운 차원의 느낌을 줄 수 있다면 그 뮤지션은 'category creator'가 됩니다. 음악 역사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됩니다.

예쓰는 제네시스와 킹크림즌에 의해 촉발된 프록 락에 '밝음'과 '경쾌함'을 도입했다는 면에서 독보적입니다. 존 앤더슨의 보컬은 프록 락 보컬리스트로는 드물게, 맑고 낙관적인 음색과 선율을 창조해줬다는 면에서 놀랍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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